개봉한 두부는 며칠 못 갑니다. 부서지는 순서에 맞춰 닷새를 짭니다.
한인마트에서 두부는 대개 여러 모가 한 묶음이거나, 한 모가 한국에서 보던 것보다 큽니다. 값은 싼데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찌개 한 번 끓이고 남은 것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사나흘 뒤 꺼냈을 때 표면이 미끈거리고 시큼한 냄새가 납니다. 그러면 버리게 됩니다.
두부는 배추처럼 부위가 나뉘지도 않고, 고기처럼 얼려두기도 애매합니다. 대신 다른 성질이 있습니다 — 시간이 지날수록 부서집니다. 그래서 이 식단은 부위가 아니라 **순서**로 짭니다. 모양이 온전해야 하는 요리를 먼저, 부서져도 상관없는 요리를 나중에 둡니다.
미국 마트에서 두부는 firm, extra-firm, soft, silken으로 나뉩니다. 한국 레시피는 부침용, 찌개용, 순두부라고 씁니다. 이 둘을 이어주는 표를 아무도 안 알려줘서, 처음엔 아무거나 집었다가 부침이 프라이팬에서 부서지는 일을 겪게 됩니다.
대략 이렇게 보면 맞습니다. extra-firm과 firm이 부침용·구이용입니다 — 물기가 적어 형태가 유지됩니다. soft가 찌개용에 가깝고, silken은 순두부에 해당합니다. silken은 손으로 들면 무너질 만큼 연해서 부치려고 하면 안 됩니다. 포장에 한글로 '부침용'이라 적힌 제품이 있다면 그게 가장 확실합니다.
개봉하지 않은 두부는 포장에 적힌 날짜까지 그대로 두면 됩니다. 문제는 뜯은 뒤입니다. 남은 두부는 반드시 통에 담고 잠기도록 물을 붓습니다. 물에 잠기지 않은 면부터 마르고 상합니다.
그 물은 매일 갈아줍니다. 하루만 지나도 물이 뿌옇게 흐려지는데, 그대로 두면 그 물이 두부를 상하게 합니다. 매일 갈면 사나흘, 상태가 좋으면 닷새까지 갑니다. 이 식단이 닷새인 이유가 그것입니다.
앞으로 갈수록 두부의 모양이 덜 중요해집니다. 요일은 바꿔도 되지만 순서는 지키는 편이 낫습니다 — 뒤로 갈수록 부서진 두부도 괜찮은 요리입니다.
산 날 바로. 부침은 도톰한 두부가 통째로 버텨줘야 해서, 가장 단단할 때 해야 합니다.
레시피 보기→구이도 아직 모양이 필요합니다. 굽기 전에 키친타월로 물기를 눌러 빼면 훨씬 잘 됩니다.
레시피 보기→겉을 튀겨 굳히기 때문에 두부가 조금 물러졌어도 괜찮습니다. 안쪽이 부드러운 게 오히려 맛있습니다.
레시피 보기→깍둑 썰어 국에 넣습니다. 이때부터는 모서리가 좀 부서져도 티가 안 납니다.
레시피 보기→남은 것을 전부 넣습니다. 찌개에서는 두부가 부서지는 게 흠이 아니라 국물이 걸쭉해지는 쪽에 가깝습니다.
레시피 보기→두부 요리가 실패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물기입니다. 물에 담가둔 두부를 그대로 프라이팬에 올리면 기름이 튀고, 표면이 눌어붙기 전에 부서집니다. 키친타월 두 장 사이에 두부를 놓고 접시로 십 분쯤 눌러두면 이 문제가 대부분 사라집니다.
급할 때는 썰어서 소금을 살짝 뿌려두면 물이 빠르게 빠집니다. 부침과 구이, 그러니까 앞의 이틀은 이 과정을 건너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국이나 찌개에 들어가는 뒤쪽 사흘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다섯 요리를 다 만들려면 이만큼이 필요합니다. 두부 말고는 대부분 오래 두고 쓰는 것들입니다.
황태나 무가 있으면 넷째 날 국이 제 맛이 나지만, 없으면 있는 채소로 끓여도 됩니다. 이 목록에 없는 것 때문에 주중에 다시 나가지 않도록 짰습니다.
링크된 레시피에 적힌 그램 수는 공공 데이터의 원본 표기를 그대로 옮긴 것으로, 영양 성분을 재기 위한 기준값에 가깝습니다. 두부 60그램은 실제로 한두 조각이라, 그대로 만들면 한 끼가 되기 어렵습니다.
이 식단이 정하는 것은 그램 수가 아니라 순서입니다. 어느 날 어떤 조리법을 쓰는지만 지키고, 분량은 먹는 사람 수에 맞춰 늘리시면 됩니다. 마지막 날 찌개는 한 모를 통째로 쓰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판단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표면이 미끈거리는지, 시큼한 냄새가 나는지, 담가둔 물이 끈적한지. 하나라도 해당하면 익혀도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아깝더라도 버리는 편이 낫습니다.
닷새를 다 지내고도 남았다면 얼려도 됩니다. 다만 얼렸다 녹인 두부는 성질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 물이 빠지면서 구멍이 생기고 스펀지처럼 질겨져서, 부침이나 찌개에는 못 씁니다. 대신 양념이 잘 배어 조림이나 볶음에는 오히려 어울립니다. 다른 재료라고 생각하는 편이 맞습니다.